무인문구점에서 600만원 가량의 물건을 훔쳤던 두 초등학생의 부모가 합의에 나서지 않다가 사건이 공론화되자 피해자에게 합의 명목으로 돈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피해자는 "이제 합의금은 필요 없다"며 돈을 다시 돌려보냈다.
6일 경기 남양주 호평동에서 무인문구점을 운영하는 피해자 A씨에 따르면 지난 5일 A씨는 물건을 훔친 2명의 아이들 부모로부터 각각 200만원씩을 입금받았다. 지난 4일 사건이 공론화된 다음날이다.
A씨는 "(절도 초등학생들의 부모는) 피해 사실을 알리고 처음 한 번 본 이후 약 한 달 동안 찾아온 적도 없고 사과 한마디 없다가 어제(5일) 뜬금없이 돈을 보내왔다"며 "통장 확인 후 바로 다시 돌려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돈이 문제가 아니다. 제대로 사과도 받은 적 없고 그 시간 동안 많이 힘들었다. 농락당했다는 기분만 든다"며 "합의는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민사 소송으로 사건을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초 절도 사실을 처음 확인했을 당시만 해도 소송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또한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해 최대한 조용히 일을 처리하려고 했다.
A씨는 "나도 자식 키우고 있는 상태다. 그래서 가해 부모들에게도 합의금은 필요 없고 없어진 물건의 실비만 달라고 했는데 이조차도 들어주지 않았다"며 "실비도 처음에 각각 300만원을 요구했는데 가해 부모들은 '아이들이 그만큼 안 훔쳤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금액도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맞췄다"고 했다.
이어 "그런데도 합의에 나서지 않아 내가 먼저 연락해야 했고 그 와중에 또 말을 바꿔 금액을 낮추는 모습에 희롱당하는 느낌이었다"고 하소연했다.
사건이 공론화되자 가해 부모들뿐만 아니라 경찰 태도도 180도 바뀌었다. A씨에 따르면 당초 경찰은 피해 조사조차 나서지 않았다. 가해자들이 만 10세 이하인 촉법소년이라 형사처벌은 물론 보호처분도 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A씨는 도난 보험 신청을 위한 피해사실 확인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민사로 처리해야 한다는 답만 돌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 4일 저녁 경찰은 기존 입장을 바꿔 A씨에게 피해 조사를 하러 갈 테니 일정을 알려달라고 연락을 해왔다.
A씨는 "사건과 관련해 문의했던 여성청소년과에서 난데없이 조사한다고 연락 왔다"며 "조사할 수 있는데 왜 처음에 하지 않았냐고 묻자 '자기는 그때 담당관이 아니라서 이유를 모른다'고 하더라"라며 황당해했다.
그는 "가해 부모들이 합의에 적극 나서고, 경찰이 도난 보험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줬다면 이 상황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A씨는 무인문구점 영업을 중단할 계획이다. 그는 "학교 앞 문구점이라 아이들과 소소하지만 정이 들었는데 이 일이 생기고 나니 아이들이 매장에 들어오면 무의식적으로 의심하게 되고 아이들도 우리들 눈치를 본다"며 "회의감 때문에 더 이상 매장을 이끌어 가기 힘든 상황"이라고 했다.
http://news.v.daum.net/v/20220106153034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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